여름의 해원. 흰색 반소매를 입고 페스티벌에 참여한 해원이 잔디밭 위에서 무대를 등지고 서 있다.

여름의 해원. 흰색 반소매를 입고 페스티벌에 참여한 해원이 잔디밭 위에서 무대를 등지고 서 있다.

💌    해원은 관찰을 잘한다. 나는 가끔 신기한 새를 만나면 사진을 찍어 해원에게 보내는데, 그때마다 그가 정확한 이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새소리를 녹음해서 보냈더니 종을 유추해내기까지 했다.

그런 해원이 자신을 위해서, 넓게 보기 위해서, 같이 살기 위해서 관찰한단다. 스스로는 제 시선이 못 미더운 것 같지만, 나는 그가 가진 (혹은 가질) 시선의 훌륭함을 믿는다. 나와 그가 다른 만큼 더욱 확신한다.

또 해원은 대화 내내 나의 대의적 판단을 반사적으로 수습하느라 바빴다. 그는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좋은 인간’으로 판단되는 일을 한사코 용납하지 않는다. 얼핏 냉정한 사람 같은데 실은 무척 뜨끈한 사람. 그래서 나는 해원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고 생각한다. -무니지니-


Q.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해원입니다. 과묵한 사람이고 카메라 뒤를 좋아합니다.

Q. 과묵한 사람이요? 스스로 과묵하다고 소개하기 쉽지 않은데, 거짓말쟁이신가요.

아니에요. 진짜 과묵한 사람이에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걸 미덕으로 삼거든요. 진짜 헛소리 같다. (웃음) 말 한 마디로 그르치는 일이 많잖아요. 애매한 말을 할 바에는 입을 다무는 게 나아요. 눈에 띄기도 싫고요. 내가 눈에 띄고 싶진 않지만 남을 관찰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이 있어서 안전한 카메라 뒤가 좋아요.

Q. ‘뒤틀린 욕망’, 얼핏 모순된 얘기 같지만 공감돼요. 뭘 관찰하고 싶어요?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무언가를 관찰하려는 건 아니고요. 사람은 어쨌든 같이 살아야 하는 동물이잖아요. 혼자 틀어박혀 있으면 자기만의 시선을 가질 수 없어요. 여러 시선을 관찰하다 보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고, 흉내도 내보고 하면서 제 것이 되니까요. 시선을 갖기 위해 관찰하는 거죠. 나를 위해서요.

Q. 갖고 싶거나 닮고 싶은 시선이 있나요? 어떤 시선을 지향하는지 궁금해요.

특별히 따라 하고 싶은 시선은 없어요. 한 가지만 가지고 있으면 결국 한계가 오니까요. 하나의 시선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요. 직업*-영상 PD-* 특성상 그러면 안 되기도 하고요 (웃음) 여러 시점으로 넓게 보고 싶어요. 카메라 뒤에 있는 일도 결국 제3자의 시선을 갖는 일이고요. 특정한 시선을 갖고 싶다기 보다는 계속 갈아타고 싶은 거죠. 그러려면 길을 많이 알아둬야 하지 않겠어요.